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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06 호 노동 권리 보장의 한 걸음, 주 4일제

  • 작성일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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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361
김지현

노동 권리 보장의 한 걸음, 주 4일제


  최근 노동자 권리 보장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근무자의 개인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거나 유연 근로제를 도입하는 등 시간적인 부분뿐 아니라 수평적인 구조, 근무 노동 강도를 낮춤으로써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중 현재 세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제도 중 하나인 ‘주 4일제’에 대해 알아보자.



주 4일제란 무엇인가?

  주 4일제란 보통 주 중 하루를 선택하여 쉬는 형태로 운영되는 제도이다. 대표 주자인 북유럽의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시범 운영하여 현재 약 85% 직업군이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을 근무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평범한 일상의 중요성이 드러나면서 앞으로 시행할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아이슬란드를 중심으로 영국, 뉴질랜드, 스웨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4월 일본 대기업인 히타치제작소가 주 4일제 시범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 4일제를 시행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국가가 노동자의 일상을 보장해줌으로써 개인의 시간이 많아지고, 이는 결국 전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움직임에 주 4일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 4일제가 인기를 끄는 이유

  근무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주 4일제를 실시한 사례의 성과는 어떨까. 북유럽 국가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하는 실험을 했다. 


  기존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주 4일만 근무한 것으로,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 인구 중 1%가 이 실험에 참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근무 시간 단축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증후군을 호소하는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실험 참가자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활동을 하면서 번아웃 증후군 등 기존에 갖고 있던 정신적 질병이 해소됐다고 답했다. 또 기혼자의 경우 남성의 가사 노동 및 육아 참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결과를 분석한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연합(ALDA) 측은 “근로 시간이 줄어든 대부분 근로 현장에서 전체적인 생산량은 침체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현대 사회에서는 일을 덜 하고도 생산성을 높이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성공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에 주 4일 근무제를 본격 도입한 미국의 친환경 아동복 스타트업인 프라이머리는 “동일 임금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는데 회사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남부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인 델솔은 지난해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직원 190명의 근무 시간을 줄이기 위해 40만 유로(약 5억4000만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결근율은 28%나 줄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한국에서 실행 가능할까

  한국에서도 주 4일제를 시도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하였다.

 

  국내 기업도 조금씩 시행에 들어가고 있다. 인터넷 은행인 ‘토스’는 작년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였다. 토스의 근무자는 금요일엔 오전만 근무하고 퇴근한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부터 주 32시간제를 도입한다. 지난해 월요일 오전 근무를 없애 주 35시간 근무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3시간을 더 줄였다. 교육기업인 ‘에듀윌’은 2019년 6월부터 주 4일제를 시작했다. 에듀윌의 전 직원은 주말과 함께 각자 원하는 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할 수 있다. 


▲주요기업 근무시간 단축 사례 (출처: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9286)


  반면 현실적인 어려움도 제기된다. 주 4일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우아한 형제들, 에듀윌은 중견기업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리서치에서는 지난해 ‘주 4일제’를 주제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조사 응답자 중 51%가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만약 주 4일제로 임금이 감소한다면, 응답자의 64%는 주 4일 근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주4일제 근무제 관련 통계 (출처: 한국리서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1626)


시범 운영은 필수

  노동시간 단축에 관심이 쏠리자 유럽에서는 일부 국가가 주 4일제를 도입하거나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 세계로 넓혀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20년 OECD 주요국 연간 근로시간 (출처: 한국리서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1626)


  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노동자의 연간 근로 시간 평균은 1,908시간이다. 2020년 통계가 집계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3번째로 근로 시간이 길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687시간이다. 만약 한국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감소한다면, 현재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근무제를 안전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사례를 모으고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신범상 기자, 강민지 수습기자